잡학사전/언어 학습

모르고 쓰는 일본어 사용 사례 (직장편/일상편)

노하우저장소 2021. 1. 17.

일상생활에서도 잘못된 일본어 유래 표현들을 모르고 쓰는 경우가 있는데, 직장에서는 새로운 표현들도 심심치 않게 들려 거북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우리말을 쓰면 가장 좋겠고 굳이 일본말을 써야 한다면 유래를 알고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장편과 일상편의 몇 사례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직장 편

만까이

"다음 달엔 만까이 하자!"
이건 '만회하다' 할 때 만회(挽回)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대로 된 일본어는 동일 한자를 쓰며 반까이(ばんかい) 정도로 소리 내면 됩니다. 그냥 '만회하자'라고 표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만까이'는 꽃이 '만개'하다라는 의미의 일본어입니다.
 

나레비

"점검 사항들을 나레비 세워서..."
목록을 만들거나 나란히 줄을 세운다는 상황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일본어로 나라부(並ぶ)는 '한 줄로 서다'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명사형은 '나라비(並び)'입니다. 분명히 이 단어가 변형되어 쓰이는 것 같은데, 왜 소리가 (라 → 레)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늘어놓다', '줄 세우다' 또는 '목록으로 만들다'로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굳이 외래어를 쓰자면 차라리 '리스트를 만들다'가 좋을 것 같네요.
참고로 '리스트업'도 많이 쓰이는데, 이것도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이라고 합니다.
 

마도(まど)

"이 건은 김 과장이 마도 서서..."
마도는 창문을 뜻합니다.
'창가의 토토'라는 유명한 성장 소설이 있는데요, 원제가 '마도기와노 토토쨩(窓際のトットちゃん)'입니다.
'마도'는 '창'이고 '키와'가 '가장자리'라는 뜻으로 '창가'가 됩니다.
여하튼 여기서 '마도 서라'는 건 업무를 위한 창구(口)가 돼 달라는 뜻이었습니다.
 

와꾸(わく)

"아무리 생각해봐도 와꾸가 안 나온다."
'와꾸'는 우리말 테두리(枠, frame)의 일본 단어입니다.
'와꾸가 안 나온다'는 건 앞으로의 업무 진행이 어긋날 것 같거나, 설계가 딱 떨어지지 않는 상황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도 우리말인 '테가 안 난다'를 대신해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로 업무상 좋은 표현이 있으면 좋을 텐데, 막상 떠오르지는 않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건 견적이 안 나온다.'라는 표현을 종종 씁니다. 괜찮을까요? ㅎㅎ 
 

일상 편

무대뽀 (無鉄砲, むてっぽう)

'무모하게, 다짜고짜, 막무가내, 대책없이'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게임 '쉔무3'을 플레이하다가 우리말 사용과 너무도 동일한 상황에서 거의 동일한 소리로 귀에 박혀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때까진 일본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일본어의 본래 소리는 '무텟뽀-' 정도이고 속 뜻은 '전쟁에 총 없이 나간다.'는 것이고 우리가 활용하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말에도 관련 표현이 많이 있으니 굳이 일본어를 쓸 필요는 없겠습니다.
 

기모 (起毛, きもう)

기모가 들어가 있는 옷의 기모가 일본말이었네요. 
보풀을 세운다는 뜻이고 사실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용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알고 쓰면 더 좋습니다.
 

아다리 (当たる)

'아다리가 맞아서' 등으로 매우 빈번하게 쓰이는 표현입니다.
当()たる는 '적중하다, 맞다'라는 의미를 가지며,
우리가 쓰는 표현은 '기대하는 바에 상황이 잘 맞춰지다'라는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뉘앙스의 우리말이나 완전히 대체할 표현을 찾기는 어렵네요.
상황에 따라서는 '타이밍이 좋아서'도 될 수 있고,
'운이 좋아서'라는 표현도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단도리 ( 段取り、だんどり)

예전에 '단도리 해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말이 아닌 걸 의심해보지 못했는데 오늘 영화를 보다가 이 단어를 듣고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僕のお葬式段取するはるさんのこと想像してたんだよ。』
내 장례식을 준비하는 하루씨를 상상했었어." (남편이 우울증에 걸렸어요 中)
우리가 쓸 때는 '채비'나 '단속'을 뜻할 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운 날, '옷 단도리 입어'와 같이 말이죠.
문단속 잘하라고 할 때도 '단도리 해'와 같이 쓰고요.
그런데 일본어의 뜻은 '일의 순서나 절차 또는 그 준비'라고 합니다.
느낌이 다른데 어떻게 우리말에 섞여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단도리는 '채비를 잘하다, 단속 잘하다, 준비 잘하다' 정도로 쓰시면 되겠습니다.
 

앗사리 (あっさり)

'그럼 아싸리 이렇게 하는 게 어때?'와 같이 '차라리'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경상도 방언이라는 국어사전의 설명이 있긴 한데 석연치 않습니다.
일본어의 본래 뜻은 다음과 같이 우리의 쓰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1. 담백한/깔끔한 (맛/디자인): あっさりした味
  2. 깨끗하게 (거절/패배/용서 등): あっさりと負ける

그냥 '차라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논란도 없고 깔끔하다 생각됩니다.
 

나가리

진행 예정인 일이 꼬여 파투(破鬪) 나거나 흐지부지 된 경우에 '그건 나가리됐다.'라고 많이 표현합니다.
또 어떤 사람이 무리나 직위에서 잘리는 경우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어원은 아무래도 일본어인 나가레루(流れる, 흐르다)인 것 같습니다.
'흘러감' 같이 명사화되어, '이미 끝났다'는 느낌이 드는 말입니다.
우리말로 순화할 땐 상황에 맞게 '무산됐다.' / '무효다.' / '잘렸다.'라고 표현하면 좋겠습니다.
파투도 화투에서 '판깨졌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임을 참고하세요.
 

모찌(餅、もち)

일본에서 주로 찹쌀떡을 뜻하는 말입니다. 일본의 お餅(오모찌, おもち)는 한국의 찹쌀떡과는 다른 요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떡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들에 굳이 XX모찌라고 이름 붙이며 판매되고 있는데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XX떡이라고 하면 전통의 떡의 느낌이 들기도 하니 마케팅 측면에서 고민이 될 것 같기도 하네요.
 

앙꼬(餡子、あんこ)

우리말로는 [팥소]입니다. 일본에서는 앙꼬모찌(あんこもち), 앙팡(あんぱん) 등으로 활용됩니다. 줄여서 '앙'으로도 뜻이 통하나 봅니다.
'호빵맨'의 일본 이름은 '앙팡만(アンパンマン)'이고 직역하면 '팥소빵맨'이 되겠군요.
 

유도리(ゆとり)

일본말 소리는 '유토리'에 가깝습니다. 직역하면 '여유'라는 뜻인데, 한국에서는 엉뚱하게도 '융통성'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유가 없으면 융통성이 결여될 수도 있으니 넓은 뜻으로는 통할 수 있겠습니다만, 융통성이라고 하면 되니까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일본어 유래 용어입니다.
일본어로 우리말 '여유'와 동일한 한자 단어가 또 있고 소리도 '요유-(よゆう、余裕)'라 한국말과도 비슷합니다.
 

쿠사리(くさり)

구박하거나 면박 준다고 할 때 '쿠사리 준다'라고 표현을 자주 합니다.
腐る(쿠사루、くさる)는 본래 '썩다'라는 의미인데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의미로 쓰이게 된 건지 알 수가 없네요.
※ 티스토릴 맞춤법 검사는 '핀잔'이라고 추천해주는군요.
 

찌개다시, 스끼다시 (つきだし)

突き出し(つきだし、츠키다시)는 사전에 '일본 요리 중 술안주 등으로 처음에 내놓는 간단한 요리'로 설명됩니다. 
말을 그대로 직역하면 '찔러 내는 것' 같은 말인데, 뜻은 통하는 듯합니다. 한국에서는 '스끼다시' 같은 '기본 안주'를 서비스로 먹을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전채 요리 값을 치러야 하는 게 큰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양이 한 두 젓가락 수준이지만 가격은 절대 그 정도가 아니라서 한국 사람들은 좀 놀랄 수 있습니다.
'스끼다시'는 발음이라도 유사한데, 찌개다시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알 수가 없네요 ㅎㅎㅎ 
※ 티스토리 맞춤법 검사는 '곁들이찬'이라고 추천해주는군요.
 

넨네(ねんね)

아기를 재우려고 할 때 '넨네 하자'라고들 많이 쓰고 있습니다. 저도 썼고요 ㅠ_ㅠ
'넨네'는 일본 유아어인 'ねんね'이며 '자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자다'라는 단어는 ねる(네루)입니다.
제가 애 키울 당시에도 '이거 아무래도 일본어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심코 썼는데,
최근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정주행 하다 5화의 한 장면에서 마리라는 어린아이가 'マリ, おねんねしてたから’ (마리, 오넨네시테타까라 → 마리, 자고 있었으니깐..)이란 표현을 듣고 '역시 일본어였구나!' 하고 알게 됐습니다.
'코~ 자자'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코코넨네 - 나무위키

2000년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드문드문 사용되는 정체불명의 단어. ㅔ와ㅐ 구분없이 코코낸내로 적기도 한다.

namu.wiki

기스(きず)

차에 기스났다라고 하는데, 저도 이게 '상처'라는 뜻의 일본어 단어 '키즈'(傷)란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긁혔다, 상처 났다, 흠집 났다' 정도로 표현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왔다리 갔다리

우리말과 일본말이 섞여버린 사례입니다.
일본어의 '잇타리 킷타리' (行ったり来たり)의 '타리'가 우리말에 붙어버렸는데 그냥 '왔다 갔다'라고 표현하면 되겠습니다.
 

찌찌(ちち)

아가한테 젖을 줄 때 쓰거나, 신체의 젖을 칭하는 유아어로 쓰이는 말입니다. 요즘은 좀 덜 쓰는 것 같기도 하지만 최근 자료에도 검색이 되고 있는 걸 보니 어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찌찌는 ちち(乳)로 위의 예시와 완전히 일치하는 일본어입니다. 신체의 젖과 아기가 먹는 젖에 해당합니다.
'아가~ 젖 먹자~'라고 해야 하는데 유아어 느낌이 안 나서 어색하네요. 아기가 '젖'이라는 소리를 내기도 힘들긴 하겠습니다.
 
아래 의견을 참고하면 일본어로 단정 짓기는 것도 무리일 것 같습니다. 유사한 소리로 쓰이는 경우가 아시아 밖에서도 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우리말 유아어는 연구가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말이 일본어의 유래가 됐다고 가정할 수도 있고 무관하게 각자 생긴 말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립국어원

축소 확대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네이버 메인 키워드 검색 찌찌 항목 작성자 유아어임 등록일 2017. 10. 6. 조회수 2,091 .....네이버에서 찌찌라고 검색하면 http://dic.naver.com/search.nhn?query=%EC%B0%8C%EC%B0

www.korean.go.kr

 

[외래어] 찌찌 / 김선철

외래어

www.hani.co.kr

 

맘마 (まんま)

이것도 밥이라는 뜻의 일본말 유아어입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에도 '맘마'가 나오긴 하네요. 이것도 일단 보류해야겠습니다.
유아어는 아기들이 소리 내기 쉬운 방식의 소리로 만들어지기 마련이고, 그런 소리들은 유사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만의 유아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영국 세인즈버리 마트에서 장 보다가 유모차의 갓난아기가 우는 걸 들었는데, '엄~마~'하면서 정말 우리나라 아기처럼 울어서 신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기들의 소리는 만국 공통인 것 같네요.
참고로, 경상도에서 많이 쓰는 '빠빠'는 일본어 사전에 나오지 않으니,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가~ 빠빠먹자~♡
 

관련 자료

한국어의 외래어/일본어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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